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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한국어 - 문지혁, 민음사취미/감상문_책 2023. 11. 30. 21:37
_ 이민자, 가족, 직장. 그러니까 '문지혁'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
_ 왜인지 낯익은 제목의 책이었다. 작가도 모르는 사람이고, 내용도 모르는데 말이다. 왜였을까…
_ 이 책을 읽고는 감상문을 쓰기가 주저되었다. 너무나도 일기 같은 책이었다. 진짜 일기처럼 이런저런 주제들을 왔다 갔다 하고, 감정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뭐라 말하기가 힘든 책이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고민과 갈등 속에 있는 누군가의 삶을 어찌 쉽게 왈가왈부하겠는가.
_ 가족에 대한 이야기,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행동, 미국에서의 이방인으로의 삶이 주제로 나온다. 정말 일기 같다고 느낀 부분은, 주제들이 휙휙 바뀐다. 인생은 순서대로 일어나는 게 아니니까.
_ 자신의 이름을 이민국에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Ji Hyuck Moon’과 ‘Jihyuck Moon’. 여권과 학교문서에 왜 이름이 다른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한국 사람이 보기에는 똑같은 이름일 텐데, 문화가 다른 곳에서는 설명해야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구나. ‘을’의 입장에서 설명이 아닌 해명을 해야 한다면, 상대방의 자비 없이는 넘어가기 힘들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_이민자는 무얼 하더라도 큰 좌절과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잘 되어도 되지 않아도, 관련이 있어도 없어도 ‘이민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니 말이다. 사회의 ‘소수’에도 끼지 못하는 이민자 신분은 정말 그 사회의 자비를 받아야만 하는 그런 약자의 위치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이 이민자 문제에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알게모르게 우리나라에는 이민자들이 많다. 언제까지고 이걸 모른 척 덮어둔다면, 미국 꼴을 면하지 못하겠지.
‘그때는 이 모든 과정이 외국인으로 일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끊임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지 못했다.’ - (18p)
_ 다른 나라의 설문조사에서는 ‘가족’이 굉장히 높은 우선순위를 가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는 데 반해서 말이다. ‘문지혁’에게 가족의 우선순위는 어느 정도였을까. 이걸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잔인하고 거부감이 들지만, ‘문지혁’은 그 우선순위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 아닐까. 우리는 자기 행동에 만족할 수도, 합리화할 수도, 후회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우선순위를 무의식적으로 고려한 결과가 아닐까. 나에게는 무엇이 우선일까.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잘 지낸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오히려 나의 진짜 ‘잘 지냄’에 관해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 (73p)
_ 헤리티지가 있든 유학 경험이 있든 어쨌든 그 문화권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문화적 한계가 있는 것 같다. Ji 로 불리기 싫어서 Joshep이라고 말했더니 그게 아니라 Joe 라고 해야 한다니. 그걸 어찌 알겠는가.
_ 작품 중간중간에 저자가 한국어 강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어가…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 분명 내용은 기초 한국어인데, 설명이 정말 어렵다. 이래서 언어는 배우고 외워서 하는 게 아니라 감각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 것 같다. 당연히 맞게 말할 수 있는데, 그걸 설명해 놓은 걸 보니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
_ 다른 사람이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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