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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사진관 - 이정현, 아라크네취미/감상문_책 2023. 11. 8. 22:54
_식물 사진관
_이정현 글, 사진. 아라크네 출판사
_식물과 함께하는 수다
_ 신기하고도 우연하게 발견한 책이다. 식물 사진 찍는 방법을 검색하다, 브런치에서 처음 글을 보았다. 마음에 드는 글이 많아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책이 있다는 사실도, 책 제목도 몰랐지만 책 등의 '식물 사진관'이라는 글자가 저자의 브런치를 바로 떠올리게 해 주었다.
_ 저자는 사진이 업인 사람 같다. 사진을 굉장히 잘 찍는다. 원래 목적이었던 식물 사진 찍는 방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전체의 구도, 줌을 잡는 포인트, 배경 세팅 등등 나의 사진에 많은 참고를 할 수 있었다.
_ 식물을 주제로 하여 누군가와 수다 떠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주변에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식물 키우는 이야기는 이야기할 곳도 사람도 많지 않다. 누군가와 식물 사진을 보며 수다를 떠는 경험. 스펙터클한 전개는 없지만 신선하고 즐거웠다.
_ 식물 초보가 쓴 글이라 그런지, 나의 과거가 계속 오버랩되며 공감이 많이 갔다. 물, 빛, 바람, 장소 등등... 초보가 실수할 수 있는 여러 포인트를 각종 식물사진과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알려준다. 당연히 그 실수들을 나도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나와 같은 '진짜' 초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실수하며 커나가는 거겠지.
_ 식물에 관심 가지면서 내 주변의 공간과 시간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냥 길이었던 공간에도 소나무, 등나무, 느티나무, 느릅나무, 산수유 등 다양한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풀과 나무와 꽃들이 내 주변에는 많았다. 개나리와 벚꽃뿐 아니라, 이팝나무, 조팝나무, 모과나무, 맥문동, 배롱나무, 치자나무, 금목서와 은목서, 목련 등등... 이런 나무와 꽃들을 보며 공간과 시간을 더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같은 삶을 살면서도 더 많은 걸 볼 수 있다니. 이만큼 좋은 일이 더 있을까.
_ (249p) '그리고 글을 잘 쓰려면 그저 참신한 글거리를 찾아 매끈한 문장으로 만들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살면서 일어나는 일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그것이 마음속에서 흩어지지 않고 잘 내려앉아 어떤 의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붙들어 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느끼게 해주었죠.' 종종 하는 생각이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같은 일인 것 같다. 일기는 나 자신에 대한, 에세이는 내 주변에 대한 관심의 글이다. 가끔 일기에 쓸 말이 없는 하루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해서 다시 돌이켜보곤 한다. 내 삶에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매번 다짐하지만, 나 그리고 내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자. 한 번 더 돌아보고 기억하고 이야기하자.
_ 아직은 나도 식물초보이다.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즐거워하고, 슬퍼하면서 배워나가자. 글도 많이 쓰고 사진도 많이 찍자. 식물이 내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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