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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동물원 - 켄 리우
    취미/감상문_책 2023. 11. 19. 22:27

    _ 동북아시아의 아픈 곳을 찌르는 SF 단편집.

    저자: 켄 리우, 장성주 옮김
    황금가지 출판사

     

    _ 민음사 추천사를 어디선가 보고 읽게 된 책이다. 단편집이며, 표제작 ‘종이 동물원’은 이 책의 첫 번째 수록작이다. 켄 리우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SF를 주로 쓰는 작가이다.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런저런 상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SF가 아닌 그냥 판타지 같은 내용도 많이 실려있었지만, 어찌 되었던 저자가 전달하는 주제들은 흥미로웠다. 생각해 볼거리가 많은 책이다.

    _ 소설의 주제와 배경이 주로 동북아시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아무래도 저자의 출신이 많은 영향을 준 듯 하다. 동북아시아와 미국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주제를 전달한다. 인종차별, 인종차별 속의 인종차별, 공산과 반공, 산업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일본 731부대와 같은 우리 현실의 아픈 이야기들 말이다. 물론, SF에 집중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도 다수 실려있다.

     

    <종이동물원>

    (19p) ‘나는 라오후가 쓰레기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정말로 포장지 쪼가리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 차별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자, 사실 현재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아이가 어떻게 차별을 인지하고, 그 차별을 수행하는지 보여준다.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모두가 피해자라는 점이다. 가해자도, 방조자도 있지만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였다. 결국은 그 누구 하나 무언가를 얻어가는 것도 없이 모두가 피해자로 남아버린 이 상황이, 우리가 차별을 없애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종이 동물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나서는 너무 늦다. 조금 더 나아진 우리 사회가 되기를…

     

    <즐거운 사냥을 하길>

    상상력과 흥미를 자극하는 작품이었다. 요괴와 주술의 시대에서, 엔진과 연료의 시대로 넘어가는 중국. 그 사이에서 무너져가는 구세대와 힘들게 적응하는 신세대의 모습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그렸다. 내 세대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마도 나의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였겠지. 농사를 짓던 사회에서 도시로, 공장으로 쫓겨나듯 삶의 터전을 바꾼 사람들. 그 사람들의 판타지를 그린 듯 한 작품이었다.

     

    <상태변화>

    (132p)’”삶이란 모름지기 실험이에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자면 이 작품이다. 영혼이 물질로 되어 있고, 자신의 영혼을 자신이 볼 수 있으며, 그 특징에 따라 살아가는 세상. 사실 우리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영혼을 마치 본 것처럼, 스스로에 대해서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살아간다. 영혼은 주어진 것이니, 타인의 영혼의 형태를 부러워 하기도 하며 말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흐름을 따라가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변화를 추구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마지막 순간에 우리 독자 모두를 한 방 먹인다. 너의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고, 전체를 보지 못 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상태변화를 할 수 있으니 유연하게 사고하며 삶을 살아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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