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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라 - 미안한 마음취미/식물 2023. 11. 16. 08:07
_정말 예쁘고, 예쁜 만큼 미안한 마음이 큰 식물. 푸미라.
_무언가에 익숙해지고 잘하기까지는 필요한 것이 참 많다. 익숙해지는 시간, 이론적인 지식, 노하우. 그리고 많은 시도가 있어야 한다. 식물을 키우는데도 마찬가지이다. 지식도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 식물을 키워보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나에게 푸미라는 시행착오의 산물이자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식물이다.
_꽤나 초반에 데려온 친구이다. 조금은 뻣뻣한 가지에 도톰한
질감의 잎을 낸다. 연두색과 흰색이 조화로운 잎이 올망졸망 귀엽다. 처음 왔을 때는 정말 상큼한 연두색과 흰색이 섞인 잎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친구와 나의 합이 잘 맞지 않는지,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 잎은 조금씩 푸석해졌고 줄기 끝이 말라버렸다. 잎으로 풍성했던 푸미라가, 이제는 줄기가 먼저 보인다. 그것도 오래되어 목질화된 줄기들이 말이다.
_흙 배합의 문제였을까, 물 주기의 문제였을까, 빛이 과했던 걸까, 비료가 부족했던 걸까. 수 없이 많은 의심이 들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정확한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는 참 이 친구랑 이야기라도 한 번 해보고 싶고, 전문가에게 한 번 진료라도 받아보고 싶다. 아름다운 옛날의 모습을 알기에, 그리고 나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더 미안하다.
_위에 말했다시피, 시행착오를 겪어야 훌륭한 식집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행착오는 참으로 슬프다. 집에 식물을 들이면 가능한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흙을 만져보며 물을 주고, 흙 배합을 고민하고,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식물에 정이 많이 든다. 잘 자라는 식물을 바라볼 때는 참 뿌듯하고 기분이 좋지만 시름시름 앓는 식물을 보면 안타깝다. 머리로는 이 식물이 나와 잘 맞지 않는구나, 이 친구는 보내주어야겠구나, 이런 문제가 있었으니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마냥 보내주기 싫고, 건강했으면 좋겠고, 쑥쑥 자라났으면 좋겠다.
_언젠가 더 훌륭한 식집사가 된다면 모두를 데리고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싶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왔으면 한다.
_ 지금도 글을 쓰는 옆에서 잎을 후두둑 떨어뜨리고 있는 푸미라다. 할 수 있는데 까지는 잘 보살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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