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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취미/감상문_책 2023. 2. 21. 12:20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문학사상 출판사
- 2023.2.6. ~ 2023.2.19.(14d)
- 종이책으로 읽음
책 표지. 커버는 버렸다. _사실 하루키 문학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1q84>, <노르웨이 숲>, <양을 쫓는 모험>, <1973년의 핀볼> 등 여러 작품을 읽어 보았지만, 아쉽게도 인상 깊은 작품은 없었다. 그러나 하루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달리기를 주제로 쓴 글이 있다고 하여 책을 구해(사는 김에 잡문집도 함께 샀다) 펴보았다. 소설로는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나,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면 그를 이해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_최근에 쓴 책은 아니다. 2007년에 쓴 책이고, 그는 1983년부터 달리기를 해왔다. 지금도 그는 계속 달리고 있을까.
_그는 글쓰는 일도 육체적인 베이스가 필요하다 하였다. 나는 전적으로 이 말에 동의한다. 우리가 살아서 행하는 모든 일은 육체노동이고, 육체가 받쳐주지 못하면 실적을 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체력이 좋다고 실적이 나는 건 아니지만, 체력이 나쁘면 어떤 실적도 내기 힘들다. 내가 최근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_그는 달리기와 글쓰기에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달리기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일까. 아니면 달리기와 글쓰기를 어찌저찌 시작했는데 잘 맞았고, 계속하다 보니 철학과 가치관이 형성된 걸까. 딱 어느 한쪽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 시작점이 궁금하다.
... 있는 것만으로 참는다. 뭔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 4장(나는 소설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웠다) 132p_작은 행동 하나 하나를 모아서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꾸준히 달리고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이 글을 쓰던 당시, 하루키는 '늙어감'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늙어감에 따라 자신의 달리기 기량이 떨어지는 걸 걱정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아직 그런 시기가 오지 않음 때문인지 큰 공감은 되지 않았지만,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다. 나도 늙어감에 따라 분명 겪을 일이기에. 나는 늙어가는 나를 인내하고 용인할 수 있을까. 그때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스스로를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나의 몸과 타협하며 그 속에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니면 마지못해 남은 삶을 타협하며 살아갈까. 걱정이 좀 된다. 물론 지금부터 이 걱정과 고민을 가지고 가는 건 무의미하겠지. 이 걱정과 고민이 현실로 닥쳤을 때를 대비하여 사전준비를 잘해두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중요한 것은 시간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만큼 충족감을 가지고 42킬로를 완주할 수 있는가,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이제부터 앞으로의 큰 의미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 6장(이제 아무도 테이블을 두두리지 않고 아무도 컵을 던지지 않았다) 162p_스스로의 기분과 상태에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울트라 마라톤을 뛴 뒤 찾아온 '러너스 블루'를 그냥 '질릴 만큼 뛰어서 이제 질렸나 보다'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스스로의 상태를 묘사하고 짚어낸다. 나의 상태는 나만 알 수 있고,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 아직 무궁무진할 것이다. 스스로에 예민한 사람이 되자.
가령 몇 살이 되어도 살아 있는 한, 나라고 하는 인간에 대해서 새로운 발견은 있는 것이다. 발가벗고 거울앞에 아무리 오랜 시간 바라보며 서 있는다 해도 인간 속까지는 비춰주지 않는다.
- 9장(적어도 최후까지 걷지는 않았다) 246p_하루키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어떤 식으로 사고하는 사람이고,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옛날에 읽었던 <양을 쫓는 사람들>과 <1q84>의 내용 중 일부가 문득 떠오르며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하루키와 함께 일 하는 건 별로일 것 가지만(같이 일하기에는 까다로운 사람일 것 같다ㅎ)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감과 자극을 주는 사람일 것 같다.
_달리기를 함께 즐기는 사람으로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삶을 응원하며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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