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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세 번째 절기이자 새해 첫 번째로 맞이하는 절기, 소한이다. 말 그대로 작은 추위. 정확히 어떤 날인지는 모르지만, 오가며 종종 들어본 절기이다. 아무래도 이름이 직관적이라 기억에 조금은 남아있나 보다.
- 24절기는 놀랍게도 날짜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지금까지는 24개니까 한 달에 두 개씩 있고, 가끔 하나나 세 개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한 생각이었다. 각 절기는 매달 첫 주경에 하나가 있고, 셋째 주경에 하나가 더 있다.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내용이라 모르는 게 부끄럽지도 않을 정도다. 하여튼 그렇다. 이런 날짜의 세계도 있었다. 이 글을 다 쓸 때쯤이면 황도니 하는 천체의 원리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알고 있지 않을까.
- 소한은 이름과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시기이다. 절기가 중국 기준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중국에서는 작은 추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큰 추위보다 추운 날이라고 한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라는 무시무시한 속담도 있고, '소한 추위는 꿔다가도 한다.'라는 지금의 우리로 치면 '수능 한파'같은 속담도 있다. 이런 속담들을 볼 때 마다, 우리 조상님들은 이런 말장난 거리를 놓치지 않는 유쾌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 남쪽 지방에 살고 있어서 윗지방에 비해 춥지 않다. 사실 윗지방에 비해 춥지 않다는 거지, 남쪽에서만 살고 있는 나는, 나 나름대로 춥다. 소한을 며칠 앞두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일기예보 상으로는 소한쯤 해서 기온이 툭 떨어지기는 한다. 절기가 만들어진 지 한참이라 찰떡같이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적중률이 꽤 좋은 절기이다.
- 사실 정말 추운 겨울은 초겨울에 겪었다. 2023년 12월 중순에 귀가 떨어질 것처럼 추운 날이 있었다. 북극한파가 내려와서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던 며칠이었다. 내의를 급하게 꺼내고 핫팩을 개시하며 보낸 며칠이었다. 최근의 기후 위기 연장선인 건지, 아니면 종종 있는 이벤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도 힘든 며칠이었다.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노력과 관심을 보태자.
- 겨울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지만 시간도 흐르고 있다. 곧 동백도 만개하고 목련도 피는 시기가 오겠지.